[교통캠페인]美 청소년 '광란의 질주' '다단계 면허'로…

  • 입력 1999년 10월 18일 23시 49분


7월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앤젤레스국립공원. 1만명 가량의 10대 청소년들이 모여 강렬한 댄스음악에 맞춰 밤새워 춤을 추는 ‘레이브파티’가 열렸다. 파티에선 코카인과 마리화나 등 각종 마약류가 공공연히 유통되기도 했다.

다음날 오전 8시반. 레이브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청소년 5명이 탄 차가 앤젤레스 크레스트 고속도로에서 300m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자 5명은 현장에서 모두 숨졌고 이들의 시신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미국에서 10대 청소년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고속도로교통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98년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사망자는 16∼20세의 경우 30.4명. 이는 21∼69세 연령층 운전자의 교통사고사망자(16.4명)에 비해 배 가까운 수치다.

16∼20세 연령층의 사망원인에서도 교통사고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약복용운전 음주운전이 교통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 교통당국이 최근 시내 하버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13%가 음주 후, 23%가 마약복용 후 운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일리노이주 경찰국 스티브 나왁경관(34)은 “음주나 마약복용 후 운전을 할 경우 대부분 과속 등 불법 난폭운전을 일삼기 때문에 사고로 연결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의 교통사고율이 높자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의 24개주는 2∼3년 전부터 청소년들에게 3단계에 걸쳐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다단계면허법’을 시행하고 있다.

즉 15∼16세 운전면허 신청자는 먼저 운전교육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허가증을 받고 난 뒤에도 어른의 감독하에 6개월 동안 최소 50시간의 실습교육을 거쳐야 임시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정식면허증은 임시면허증 취득 후 일정기간동안사고나법규 위반이 없을 경우에만 발급된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19개 주는 임시면허증을 가진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6개월간 오후 9시 이후 심야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등 6개 주는 10대가 다른 10대를 태우고 운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잡담이나 장난 등으로 주의가 산만해져 사고를 낼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리노이주에서는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난폭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75달러(약 9만원)의 벌금과 함께 교통안전학교(TSS)에서 4시간 동안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도로안전보험연구소 데이비드 맥킨연구원(48)은 “플로리다주의 경우 다단계면허법을 시행한 지 1년만인 97년 한햇동안 15∼17세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전년에 비해 9% 줄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시카고〓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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