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혁/李총재의 국감 행보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13일의 당무회의에서 모처럼 국감 지침을 제시했다.

현 정부의 각종 정책혼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잘못된 언론관’, 김대통령 주변인사들의 타락상, 불법 도청 및 감청문제 등 4대 이슈를 집중 부각시키라는 당부였다. 이총재는 이어 고급 아파트 취득세 인상계획 철회, 의료보험 통합안 연기, 과세특례제 폐지논란 등을 예시하기도 했다.

이총재의 이런 모습을 보며 국회 안팎에선 김대통령의 과거 야당 시절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DJ는 야당 시절, 국감이 시작되기 전 이슈가 될 만한 상임위별로 의원들을 일일이 불러 지침을 시달했다. 또 소속의원들에게 기백만원씩 ‘활동비’까지 줘가며 독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결과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국감평가 때마다 ‘DJ당’에서 많은 ‘국감스타’들이 탄생했다.

97년 국감 때는 의원들을 모아놓고 ‘폭언자제 및 언어순화’ ‘전원출석’ 등 6개 수칙을 강조했다. 특히 ‘개근령’은 기본원칙이었다.

국민회의가 이날 이총재의 국감지침을 겨냥해 “이총재는 국감 기간 중에 국감을 외면하고 전국을 순방하면서 이미지 관리에 열중하는 행태부터 고치라”라고 비난하고 나선 배경엔 은근히 DJ와의 차이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반드시 DJ와의 비교나 여당의 비난을 끌어대지 않더라도 이총재의 행보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총재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날, 국감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당 소속 10여명의 의원들과 함께 외유길에 올랐다. 그 후에도 국정운영을 감시해야 할 ‘총수(總帥)’로서 이렇다할 면모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도 좋을 만큼 국정운영이 돼간다고 생각한 탓일까.

김창혁<정치부> 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