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우리들만의 천국」어떻게 더불어 사나?

  • 입력 1999년 10월 8일 18시 28분


창문없는 지하방에서 하루종일 해바라기 한번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

과밀도시 서울의 얘기만은 아니다. 런던에 사는 열살짜리 캐시와 일곱살 도널드 남매에게도 집주변은 살기 힘든 곳이다.

캐시와 도널드의 집은 21층짜리 애스트랄생명보험 빌딩의 지하. 다리가 성치 못한 아버지가 건물관리인으로 취직하며 얻은 보금자리다.

어렵게 마련한 안식처지만 도널드와 캐시 남매에게는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다. 빌딩으로 놀러오는 친구도 없고 마음놓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빌딩 로비를 뛰어 다니다가 경비대장의 눈에 뜨이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캐시와 도널드가 꿈에도 그리는 곳은 ‘천국’. 건물 옥상에 회사를 찾는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 특별히 꾸민 정원이다. 하지만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버지 어머니가 데려가줄 때 뿐.

개구쟁이 도널드가 어느날 이 약속을 어기고 큰 소동을 벌인다. 아버지 어머니가 집을 비운 새 캐시누나의 감시를 따돌리고 몰래 ‘천국’으로 올라간 것. 때마침 ‘천국’에는 애스트랄생명보험의 총수 스완슨사장이 예고없이 찾아온다.

‘천국’에서 벌거숭이로 뛰어노는 도널드. 누나 캐시가 부랴부랴 달려가지만 도널드는 “날 잡아봐라”며 옥탑광고판까지 달아나는데….

고소공포증을 무릅쓰고 동생을 구하러 가는 캐시.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거뜬히 남매를 구해내는 아버지. 소동을 겪으며 기절까지 했지만 화를 내기보다는 임원용 주차장을 캐시와 도널드 남매의 놀이터로 내놓는 스완슨 사장.

위기를 이겨내게 하는 가족간의 깊은 사랑,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하는 동화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

윤여림옮김. 5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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