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사랑이 지나간…’, 미아아들 찾아 한가족만들기

  • 입력 1999년 10월 7일 19시 33분


동창회에 갔다가 둘째 아들을 잃어버린 베스(미셸 파이퍼 분). 아들을 찾으려 갖은 애를 쓰지만 소용이 없다. 단란했던 가족에 침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아들이 실종된 직후의 과정을 묘사한 초반부는 좀 진부한 편이라 잠깐 졸아도 괜찮다. 영화는 9년 후 베스가 아들을 되찾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해 ‘피플’지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1위로 뽑은 미셸 파이퍼가 예쁜 여배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말 엄마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도 이 때부터다.

9년 만에 둘째 아들 벤(라이언 메리맨)을 찾았지만 가족에겐 새로운 갈등이 기다리고 있다. 친부모와 친형제가 낯설기만 한 벤은 9년간 자신을 키워준 양부를 잊지 못한다. 늘 부모의 관심밖에 놓여있던 큰 아들 빈센트(조나단 잭슨)의 방황도 깊어만 간다. ‘조지아’에서 언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둘째딸의 시선으로 가족 관계의 양면성을 그려냈던 감독 울루 그로스버드. 그는 이 영화에서도 가족애란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한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양부에게 돌아갔던 벤이 어렸을 때의 기억을 조금씩 살려내고 다시 와서 베스 가족의 상처가 치유되는 마지막 장면은, 뻔한 결말이긴 해도 가슴뭉클하다. 12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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