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주니치의 한국선수 3총사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인기 팀은 도쿄를 근거지로 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일본 야구팬의 절반 이상이 요미우리를 응원한다고 한다. 선동렬 이상훈 이종범이 활약하고 있는 주니치 드래건스는 요미우리와 같은 센트럴리그에 소속되어 있어 우승을 위해서는 요미우리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올해 주니치는 요미우리와 막판 치열한 선두경합을 벌이다 엊그제 우승을 확정지었다.

▽요미우리는 65년부터 73년까지 9년 연속 일본시리즈를 제패해 V9의 신화를 이룬 팀이다. 이 시기는 묘하게도 일본 경제가 전후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때와 일치한다. 요미우리는 특히 보수계층에 인기가 높다. 최강팀으로서의 요미우리 이미지가 경제 황금기에 대한 추억과 맞물려 이들을 팬으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요미우리에 인기가 집중되다 보면 나머지 팀들에 대한 인기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주니치도 그런 경우다.

▽주니치는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매스컴은 주니치의 선전보다는 2위 요미우리의 역전 우승에 초점을 맞춰 보도해 왔다. 주니치의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감독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매스컴”이라며 여러차례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맞선 주니치의 필승 전략은 ‘끈기’였다. 무엇보다 투수로테이션을 엄격하게 유지했다. 특히 게임을 앞선 상황에서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주니치가 자랑하는 4명의 마무리 투수를 차례로 투입해 상대의 예봉을 꺾었다. 이기는 게임은 어떻게든 잡는다는 전략이었다.

▽이 투수 4인조의 핵심이 선동렬과 이상훈이었다. ‘끈기’라면 한국선수들이 전혀 뒤질 게 없다. 두 선수의 ‘토종 끈기’가 우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셈이다. 타격이 뛰어난 외야수 이종범을 포함해 이들 코리아 3총사의 활약은 위성방송을 통해 국내에도 중계돼 관심을 모았지만 재일동포에게는 더없이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우승으로 이들은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게 분명하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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