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장관님들 회견 좀 잘하세요"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한국 고위관리들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조마조마해진다. 한국 홍보를 위한 회견이 도리어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터졌던 97년 11월 미국 기업연구소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가진 이경식(李經植) 당시 한국은행총재. 그는 통역없이 영어로 답변하다가 “나는 모른다(I don‘t know)”를 연발해 참석자들의 빈축을 샀다.

같은 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 때는 더욱 심했다. 한국의 외환위기 실상을 파악하려는 외신기자들의 관심은 컸으나 제대로 답변한 한국 관리는 거의 없었다.

외무부에 질문하면 재정경제부에 문의하라고 했고 재경부는 공보처에 물어보라고 했다.

얼마전 워싱턴을 다녀간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나는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이라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26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합동 연차총회 기간을 이용해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의 답변능력은 한국관리 치고는 ‘평년작’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전에 워싱턴을 다녀간 한국관리들이 형편없었다는 것이지 강장관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

강장관은 “한국이 기본적으로 국제적 계약을 준수할 수 있느냐”는 신랄한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의 개혁이 반드시 성공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는 것이 이롭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대미 무역흑자 누증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일본처럼 무역흑자를 내려는 국가는 아니다”고 다른 국가를 거론하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히 통역과정에서 이 대목이 빠졌지만 장관의 답변으로서는 신중하지 못했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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