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휴대폰 접속률 98점?

  • 입력 1999년 9월 13일 19시 32분


정보통신부가 12일 발표한 이동통신업체 5개사의 통화품질 검사 결과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전화가 ‘잘 터지는’ 접속성공률을 보면 서울의 경우 5개사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98.13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국도의 경우도 평균 94.46점이고 전화도중 끊어지는 단절률은 5개사 모두 100통화에 0.63통. 이대로라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는 그렇다치고 멀쩡한 빌딩이나 거리에서조차 “고객이 통화할 수 없는 지역에 있사오니…” 등의 메시지를 자주 듣는 상황에서 정통부 조사 결과를 믿기 힘들다.

정통부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 50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휴대전화 통화품질과 통화접속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발표와는 내용이 크게 다르다.

통화품질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개사 평균 5%에 불과했고 보통이거나 불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7%가 넘었다.

고객들이 실제 느끼는 휴대전화 통화 품질과 정통부가 2개월여에 걸쳐 전문기관과 함께 면밀히 조사했다는 내용이 이렇듯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통부의 조사 방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통화접속률이나 단절률 같은 민감한 조사의 평가 단계는 A Aa Bb B C 등 5단계. 최하위 점수가 C(미흡)이고 낙제 점수는 처음부터 없었다. 소비자들에게 ‘이동전화 품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선택을 도모’한다는 정통부의 당초 취지는 조사결과가 발표될 경우 타격을 입을 업체들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사라져버렸다. 모두 100점을 받는 시험은 시험이 아니다.

이훈<정보산업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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