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룡의 환상세계] '누들누드'의 성공비결

  • 입력 1999년 8월 30일 19시 16분


지난해 우리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은 성인용 애니메이션 ‘누들누드’였다. 판매량이 50만권을 넘는 대히트를 기록한 출판만화 ‘누들누드’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극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비디오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3만8천여장이나 팔리는 대박을 쳤다.

지난 7월에는 속편 격인 ‘누들누드2’가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짜임새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전작보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3D 애니메이션이 삽입되는 등 볼거리가 늘어 인기전선에 이상은 없는 것 같다. 8월 들어 발표되고 있는 각종 비디오 대여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얼굴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누들누드 시리즈의 인기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애니메이션은 코흘리개 문화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정적인 테마와 장면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철저하게 남성의 성적 환상을 좇는 내용이다.

물론 그것에 그쳤다면 보통의 에로 영화의 수준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누들누드는 원작자인 만화가 양영순의 천부적인 유머 감각이 번뜩이기 때문에, 천박하기는 커녕 무릎을 치고 깔깔거리며 볼 수 있다. 강한 성적 자극은 불쾌감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한 성적 자극은 웃음을 자아낸다는 사회심리학의 명제에 정확히 들어맞는 대목이다.

또 한가지 시사점. 누들누드의 성공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필요한가’하는 것을 생각케 한다. 올 초에 개봉된 ‘철인 사천왕’은 관객의 외면 속에 조용히 간판을 내렸다. 작품의 질도 문제겠지만,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지금은 블록버스터가 일반화된 시대다.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선 50벌 이상의 프린트를 마련해야 하고 그 비용도 억대를 넘는다. 누들누드처럼 처음부터 비디오 대여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애니메이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김지룡〈신세대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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