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터키 지원 너무 인색하다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00분


터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2일 현재 1만500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매몰된 사람만 모두 4만여명이라고 하니 사망자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터키정부는 군 5만명을 동원하는 등 필사의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장비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구조인력과 구호품을 보내지만 피해규모가 워낙 커 참상이 방치되는 지역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런 장비없이 맨손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터키 사람들을 먼 발치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비록 지진으로 인한 재앙의 경험은 없지만 삼풍백화점 참사를 통해 무너진 건물더미를 헤치고 인명을 구하는 작업이 얼마나 힘들며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떤가를 실감한 적이 있다. 하물며 수개의 도시가 폐허로 변하고 그 건물더미 속에 수만명이 매몰된 현장을 지켜보는 터키인들의 비참한 마음이야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

터키는 누가 뭐라해도 우리와 절친한 우방이다. 두 나라는 57년 정식국교를 맺은 후 한번도 등을 돌린 적이 없다. 특히 터키는 6·25전쟁때 우리에게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인 육군 1개여단을 파병한 나라다. 지금도 그곳에는 6·25참전을 일생의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기는 노병들의 모임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 터키민족은 우리와 중앙아시아에서 한 뿌리로 출발했기 때문에 서로가 남다른 친밀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참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마음 씀씀이를 보면 너무 옹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터키에 7만달러를 긴급 지원했고 119중앙구조대 재난구조팀 17명을 파견했다. 그러나 터키와 우리와의 관계나 우리의 국제적인 위치를 고려해 본다면 그 정도의 지원이 과연 적절한 규모인지 의문이다. 물론 우리의 재정사정이 남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형편은 못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지진으로 수만명이 희생된 전통 우방에 우리돈으로 8400만원 정도에 불과한 돈을 지원금으로 내놓은 정부의 태도는 너무 인색한 것 같다.

지구촌은 이제 한가족처럼 어울려 있다. 다른 나라의 어려움과 고통이 결코 우리와 무관한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구촌 곳곳의 불우한 이웃을 찾아 대규모 민간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자세는 배울 만하다. 바로 그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다. 더구나 터키는 지정학적으로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對)터키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차원에서도 자발적으로 돕는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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