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심한 금융기관 '도덕적 해이'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도대체 무엇이 성공적 금융개혁이었단 말인가. 정부는 두달 전에 그랬듯이 지금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가. 구조조정한다면서 이미 5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금융기관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만 더 키우지 않았는가.

거듭 말하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과 혼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익증권 환매대책에도 불구하고 환매파문과 시장혼란이 진정되지 않는 것도 정부와 관련 금융기관들이 신뢰를 잃은 데 큰 원인이 있다. 일부 증권사와 투신사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입한 펀드에 편입돼 있던 대우계열사 채권을 최대 98%까지 개인이나 일반법인이 가입한 펀드로 몰래 떠넘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자금을 믿고 맡긴 일반투자자들을 속여 손실을 덤터기 씌운 배신 배임행위요 명백한 불법이다.

모럴해저드가 이 지경에 이른 금융기관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투자자들이 대우채권분에 대해 6개월 뒤엔 95%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는 지급 약속은 업계가 한 것이라 정부가 보장하기 어렵다고 발뺌한다. 수익증권 환매대책이 금감위 작품이란 것은 천하가 다 아는 판국에 이처럼 면피에 급급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금융감독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나타나자 뒤늦게 조사를 벌이는 시늉을 한다. 허구한 날 뭘 하고 있다가 뒷북이나 치는지 답답하고 한심하다. 금감위와 금감원이 일부 투신사 증권사와 지나치게 유착돼 있지않나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금감원은 일부 투신사 간부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실기업 회사채를 비싸게 인수한 최근의 세종증권사건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 사건은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해당 투신사 전체의 모럴해저드가 낳은 산물이라고 우리는 본다. 대우채권 불법편입과 세종증권사건에 연루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당국의 무방비 무대책 무조치 역시 배임 및 직무유기 수준이다.

은행들의 경우도 모럴해저드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부실대출의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모든 손실부담을 기업과 죄없는 국민에게 덮어씌우기에 바쁘다. 도대체 무엇이 변했나. 이런 무책임과 도덕적 불감증을 치유하지 못하면 어떤 금융불안 해소대책도 일과성(一過性) 임시변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마침 감사원도 18일 금융개혁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부실경영 책임규명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들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감독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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