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특집]『경제대국 일본 태양이 저문다』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26분


세계2위의 경제대국 일본의 21세기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일 ‘텅빈 섬들에서 저물어가는 일본의 태양을 본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21세기 일본은 노동 인구의 급속한 감소 등으로 현재의 막강한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회색빛 미래’는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줄고 생산성이 낮아지는 데서 주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이 전망없는 산업과 지역 등에 낭비돼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노동 인구는 95년을 정점으로 이미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체인구(현재 1억2600만명)는 고령층의 증가로 2007년까지 상승하지만 이후 곧바로 떨어져서 2050년에 1억명, 2100년에는 67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구의 하락폭은 더욱 커 향후 50년 동안 지금보다 40%가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제학자 모리구치 지카시 박사는 “인도 중국과는 달리 일본 근로자는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인구 감소는 곧 국내총생산(GDP)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2050년에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이 현재의 3분의 1로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독특한 국민성 때문에 적극적인 이민수용 정책이나 과감한 경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바 소니 등 대기업들은 내수보다 해외시장 확대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산하 일본경제기업연구소 휴 패트릭 소장은 “결국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이류(二流)의 영향력(middling power)을 갖는 국가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 남서부 고토열도의 아카(赤)섬이 일본의 미래를 보여줄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10여년 전 300명의 주민이 살던 이 섬은 이제 5명만 남은 사실상의 무인도. 그런데도 주민 5명을 위해 정부는 250만달러를 들여 항구 확장과 새 방파제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인근 오섬(주민 70명)에 하루 두번 정기여객선을 띄우는 데 쓰이는 돈도 매년 49만달러. 더욱 놀라운 것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 이 섬과 아카섬을 잇는 복선의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후 40년 동안 구미(歐美)를 앞지른 일본의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TFP)이 이제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0.5% 수준을 밑도는 데는 정부의 무모한 재정지출도 큰 원인이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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