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정남국세청장]『재벌 재산변동 전산관리』

  • 입력 1999년 7월 27일 19시 48분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은 “조세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면 국정운영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며 선진사회로의 진입도 어렵게 된다”며 “앞으로 공평과세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청장은 5월26일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2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정개혁 전반에 걸친 구상을 밝혔다. 이 인터뷰에는 정동우사회부차장과 신치영경제부기자가 참여했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12회에 걸쳐 ‘공정과세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게재했습니다. 본보는 이 시리즈를 통해 자영자와 근로소득자간의 세부담 불공평성을 지적하고 몇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의 국민이 세금부담이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불공평한 과세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국세청도 세금부담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평은 대다수 납세자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는데 반해 자영자 등 일부 계층이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는데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영자들의 세금탈루를 가능케하는 세법구조 등 조세제도를 개선하고 근거과세를 강화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근거과세를 위해 국세청은 어떤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정부부처와 공기업 민간기업 개인사업자 등이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을때마다 세금계산서를 받아 의무적으로 국세청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럴 경우 이들과 거래하는 자영자들의 매출이 그대로 노출돼 공평과세를 상당 부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신용카드 사용문화의 정착에도 힘쓸 것입니다.”

―재정경제부 등 관련부처에서 부가가치세의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세청도 올해초 재경부에 과특 및 간이과세제의 폐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경우 영세한 자영자의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장치가 있습니까.

“영세한 자영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과특 및 간이과세제가 일부 고소득 자영자에 의해 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이 제도의 폐지를 건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택시 용달 구멍가게 소규모음식점 등 생계유지형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서는 부가세제도가 개편되는 경우에도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재경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과세특례 및 간이과세제를 폐지할 경우 세수는 얼마나 증대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부가세제도가 어떻게 개편되느냐, 자영자의 과표양성화 효과를 얼마나 이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이를 추정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부가세 개편은 자영자들이 세금계산서를 제대로 주고 받도록 함으로써 공평한 과세를 이룩하려는 것이지 세수증대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과특제 폐지 등 각종 공평과세 시스템이 가동되면 현행 부가세율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율은 국세청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부가세율 인하 문제는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나라의 국가 경제정책 전반을 고려해 결정되어야 하는 사항입니다. 부가세 개편으로 세수가 증가하더라도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부가세율 인하는 별도의 연구와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조세전문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의 유보가 빈익빈 부익부를 불러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국세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금융소득종합과세 재시행 문제는 조세제도에 관한 입법사항으로 세법 제정과 개정을 담당하는 재경부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재시행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현재 자영자의 종합소득세 부과를 위해 만들어져 있는 직종별 표준소득률이 자영자의 매출누락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표소율 제도를 개선할 용의는 없습니까.

“표준소득률은 장부를 작성하지 않는 자영자의 소득금액을 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고소득 음성소득자 등 일부 납세자들이 이 표준소득률에 맞춰 매출액을 누락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현재 표준소득률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계적이라면 언제 어떤 업종부터 폐지되는 것입니까.

“표소율 폐지는 먼저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처럼 장부작성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과 제조업처럼 장부작성이 일반화되어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이행할 생각입니다. 내년 중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표소율이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선 올 하반기부터는 공평과세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차원에서 소득세 조사대상을 크게 늘려 잡을 계획입니다.”

―음성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세청도 지난해부터 음성탈루소득 파악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만 특히 어떤 분야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세청은 올 상반기 음성탈루소득 조사를 통해 소득에 대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3249명을 적발, 1조380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하반기에는 특히 △국제거래를 이용해 탈루한 소득을 해외에 유출하는 사람 △탈루소득으로 호화사치생활을 누리는 사람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세습하는 사람 등 경제정의를 해치는 반사회적 탈세자에 대한 강력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어떤 특단의 대책이라도 마련되어 있습니까.

“먼저 탈세소득으로 호화사치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득발생 단계에서 포착되지 않는 세원을 소비 지출단계에서 파악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이 개발 완료 단계에 와 있어 하반기중 도입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산취득이나 자동차 골프회원권 등 소비재 구입자료 등 소비 지출항목들을 전산입력, 이를 누적관리함으로써 소득신고를 제대로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탈루소득이 파악될 것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기법을 개발중입니다.”

―최근 대기업 사주의 편법적인 부의 상속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부의 변칙적인 세습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주 등의 재산변동상황을 대차대조표식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이 올해 도입돼 보다 철저한 조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대담=정동우 사회부차장

〈정리〓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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