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민영빈/사교육 매도대상인가?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시사영어연구’가 금년으로 창간 40주년을 맞았다. 한국의 유가지 중에서 지령 40년 이상 되는 잡지는 몇 종 밖에 없다. 제한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교육 잡지가 이렇게 장수한 것을 나는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읽고 해석하고 듣고 말하고 쓰는 다섯 가지 기능을 확실히 습득해 대학에서 전공분야를 연구하는 데 지장이 없고, 사회에 진출해 실무를 원활하게 진행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영어실력을 키우는 데 있다. 이것이 나의 영어교육 철학이다.

과거 50년간 학교 영어교육은 읽고 해석하기에 그쳤고 모든 여건이 그 이상을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나머지 세 가지 기능은 학원과 출판 등 사교육의 몫이었다.

나는 지난 40년간 한국 영어교육에서 대략 다섯가지 정도를 새롭게 개척했다. 첫째 영어교육 잡지의 확대 보급, 둘째 영어회화 카세트 및 비디오의 국내 최초 도입, 셋째 영어전문학원의 프랜차이즈 사업, 넷째 영어능력 평가 테스트인 TOEIC 도입, 다섯째 영어교육 도서 저작권의 미국 일본 수출이다.

시사영어사가 40년동안 발행한 영어교육 도서는 2000여 종에 이르고 잡지는 1종에서 5종으로 늘었다. 현재 시사영어사가 발행하는 영어잡지 발행부수는 월 15만 부에 이른다. 영어잡지 출판과 더불어 Newsweek 4만여부와 National Geographic 2만여부를 수입 배포하고 있다.

72년에 영어회화 카세트, 80년대에 비디오 영어교육 교재를 국내에 도입한 데 이어 83년에는 미국 영어교수들과 정식 고용계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미국인 회화 전문학원을 설립했다. 7명 미국인 교수로 시작된 ELS 학원이 97년에는 550명 교수진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원화가치 하락으로 미국인 교수의 반이 떠났지만 아직도 시사영어사가 운영하는 학원 전체 등록 학생수는 한국 최대 종합대학 규모에 맞먹는다. 이같은 발전의 결실은 모든 영어 학습자들에게 고르게 돌아갔다.

사교육은 공교육과의 상호보완을 통해 전국민의 교육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판은 정부규제를 별로 받지 않는 업종이다. 그러나 학원은 규제가 아직도 너무나 많다. 대표적인 것이 수강료 규제로 학원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본처럼 수강료를 자유화하면 학원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수강료의 가격파괴, 학원 교육수준의 향상이라는 플러스 효과를 낳는다.

고액 비밀과외 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은 재벌 총수의 손자와 달동네 막내둥이가 함께 공부하는 곳이므로 수강료의 정부 조정이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대중교통 요금 통제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영어회화 학원은 선택적으로 원하는 사람만 가는 곳이기 때문에 물가지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3백만원짜리 블라우스를 파는 것이 규제대상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서는 사교육이 그 공로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영어교육 출판이나 영어회화 학원 등이 하나도 없었다고 가정해본다면 한국이 과연 세계 10대 무역국가,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지닌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40여년 동안 한결같이 영어교육 및 출판사업에 전념한 것을 나는 정말 큰 보람으로 느낀다.

민영빈(시사영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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