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美언론 케네디 과잉보도

  • 입력 1999년 7월 20일 19시 24분


미국은 영국 국왕과 국교의 박해를 피해 건너온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영국 왕실에 대해 동경심같은 것을 갖고 있다.

2년전 영국 다이애나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미국 언론이 영국만큼 대대적으로 보도한 데는 그런 심리도 작용했다. 미국인들이 케네디가문을 마치 왕가처럼 대접해온 것도 동경심의 대리충족을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경비행기 추락으로 실종되자 미국 언론은 이를 ‘왕자’의 실종사건으로 다뤘다.

미국의 3대 방송 네트워크는 정규방송을 중단했고 신문은 3,4개면을 할애했다. 이 사건을 하루 종일 보도하던 뉴스전문채널 CNN과 MSNBC는 19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송을 끊고 케네디 주니어 처가의 성명발표를 중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언론의 이런 태도에 반드시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19일 한 라디오 토크쇼에 전화를 걸어온 청취자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는 무모한 비행으로 다른 두 사람까지 죽인 경솔한 젊은이일 뿐”이라는 비난, “언제 미국에 왕조가 있었느냐”는 냉소, “슬프긴 하지만 과연 24시간이나 보도할 만한 새로운 뉴스가 있었느냐”는 반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청취자들이 과잉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왕실에 대한 동경도 있지만 미국에는 특정인이나 특정가문을 우상처럼 떠받드는데 반대하는 평등주의 전통도 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한번도 톱기사로 다루지 않아 미국을 대표하는 권위지의 면모를 보였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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