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재벌총수 전횡에 맞선「용감한 13人」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과는 별개로 재벌개혁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결성한 재벌개혁감시단은 재벌개혁의 ‘전위부대’로 통한다.

5월 초에 발족한 감시단은 대학교수와 변호사 회계사 등 실행위원 13명으로 구성된 단촐한 조직. 그러나 화력(火力)은 막강하다.

교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소장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

김상조(金尙祚·한성대교수)재벌개혁감시단장은 6월 초 정부 과천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단장은 “LG그룹이 총수 일가의 친인척이나 위장계열사를 통해 20%가 넘는 데이콤 지분을 관리해왔다”며 계열사 이름과 지분비율 등을 하나씩 공개했다.

LG그룹이 데이콤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하지만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언론도 그때까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단장은 LG그룹이 개인휴대통신(PCS)사업을 허가받으면서 데이콤 지분을 5%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겼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좌 추적권을 이용해 이를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재벌개혁감시단은 신빙성이 높은 극비자료를 확보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게 만들어 ‘진일보한 시민운동방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단장은 “각계의 지원세력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데이콤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고만 밝혔다.

김기원(金基元·방송통신대교수)위원은 “소액주주운동은 변호사와 회계사가 중심이 돼 제도적 법적 대응을 주로 하지만 감시단은 교수들이 재벌에 대한 대응논리를 기민하게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감시단이 가장 중점을 두는 대목은 재벌총수의 세습체제를 개혁하고 전문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 재벌이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의 근본원인은 봉건적인 총수체제라는 인식에서 나온 활동 목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독려한 구조조정으로 5대 재벌의 부채비율은 97년 말의 470%에서 98년 말에는 386%로 낮아져 수치상으로는 재벌개혁의 성과가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김위원은 “5대 재벌의 부채총액이 220조4000억원에서 225조1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총수체제에서의 재벌개혁은 시늉뿐”이라고 비판했다.

5대 재벌 계열사끼리 서준 빚보증도 지난해 9월 말 21조3659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6조2663억원으로 70% 이상 줄었지만 실제로 돈을 갚아 보증을 없앤 것은 고작 6.4%에 불과하다는 것.

김위원은 “무능하거나 부패한 재벌 총수들은 퇴출시켜야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구조조정은 총수의 지배권을 여전히 허용함으로써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시단은 재벌 계열사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그 빚을 지분으로 출자전환해 금융기관이 스스로 대주주가 됨으로써 재벌 계열사의 지배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벌 기업의 빚 가운데 13% 정도만 출자전환하면 금융기관이 기업의 가장 큰 주인이 될 수 있고 해당 기업은 빚이 줄어 재무구조도 좋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감시단은 지금까지 △LG그룹의 데이콤 보유를 비롯해 △현대전자 주가조작 △삼성자동차 처리 △삼성생명 상장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매달려왔다.

앞으로는 경제민주화위원회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하고 재벌총수의 불법 또는 편법적인 재산 상속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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