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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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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조금 수수금지 조치에 대한 공직사회의 반발은 공무원 신분의 특성상 조직적이거나 외부에 크게 표출되진 않았어도 예상 외로 컸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조사 때 상부상조하는 오랜 전통을 강제 조치로 막는데 따른 거부반응의 측면도 있긴 했지만 보다 근원적인 반발 배경은 고위층 부정부패 사건 때마다 다수의 선량한 공무원들이 덩달아 희생양이 된다는 피해의식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이같은 비판여론을 수용해 보완작업에 나선 것은 일단 진일보한 자세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의 전말을 되짚어 보면 실망스러운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문제의 발단이 된 ‘10대 준수사항’ 제정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지시로 서둘러 이뤄진 것이다. 선언적인 내용말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명시하라는 것도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행정자치부는 현실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뜻을 반영하는 쪽으로만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상식’과 ‘순리’는 통하지 않았다.
경조금 수수금지 조항이 안고 있는 부작용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문제점이 정부내 의사소통이나 결재 과정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바로잡히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행정조직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탁상행정의 병폐를 드러낸 대표적인 예이다. 비단 ‘10대 준수사항’만 아닐 것이다. 상부 지시라면 충분한 검토없이 무조건 ‘위’의 뜻대로만 하려드는 행정풍토가 만연되어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인허가나 민원 부서 공무원의 뇌물성 경조금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감시기능은 이번 파문과는 별개로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준수사항 제정으로 2급 이하 공무원들은 경조금을 1인당 3만원 이상 받을 수 없으며 어길 경우 처벌까지 감수하게 됐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지키려는 자정의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경조금 같은 허례허식을 근절시키는 노력에 사회 각계가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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