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윔블던]다킥의 반란 『결승가면 어떡해?』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16세의 무명 옐레나 다킥(호주)이 세계 1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무너뜨렸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그저 ‘스치는 바람’ 정도로 생각했다.

다킥 자신도 당시 “제가 정말 힝기스를 꺾었나요?”라며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 기자들에게 “내 이름은 도키치가 아니라 다킥이에요”라며 영어식으로 바꾼 자신의 이름이 틀리지 않기만을 바랄 정도였다.

그런 다킥이 승승장구하더니 29일 열린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4회전에서 9번시드 마리 피에르스(프랑스)마저 2―0으로 물리쳤다.

그리고는 당당히 말했다. “스스로 무적이라고 믿어요. 이러다 결승까지 오르면 어떡하죠?”라고.

스스로 ‘강력한 태풍’임을 내세운 것이다. 다킥이 벌써 건방을 떠는 것일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린 시절〓83년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났으며 여섯살 때 트럭운전사인 아버지가 라켓을 손에 쥐어주었다. 1년 뒤 아버지를 꺾은 다킥은 유고에서 12세 이하 부문을 정복했다. 다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베오그라드에서 경제적으로 무척 쪼들렸다”고 회상했다.

▽넓은 세계로〓남달리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한 다킥은 수년전 유고를 떠나 미국으로 간 모니카 셀레스(현 4위)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다. 그런 만큼 호주 이민(94년)은 필연이었다. 딸을 스타로 키우려던 아버지는 더 적극적이었다. 프랑스오픈 정상에 두차례나 올랐던 다킥의 코치 보리는 “다킥은 가난한 탓에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도약을 준비하며〓다킥은 98US오픈 주니어부에서 우승하며 주니어랭킹 1위에 올랐다. 프로 전향은 지난해 11월. 올 1월 호프만컵은 자신을 처음 세계에 알린 무대였다. 98프랑스오픈 우승자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와 당시 16위 나타샤 즈베레바(벨로루시)를 잇따라 꺾은 것.

메이저대회 최다우승 기록(24회)을 갖고 있는 마거릿 코트는 “여자스타 기근현상에 시달리던 호주에 한줄기 빛이 내렸다”며 “다킥은 볼을 참 예쁘게 친다. 그것도 남보다 한발 빨리…”라고 기뻐했다.

▽다킥의 장점과 미래〓보리코치는 “무엇보다 다킥은 성공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연습장에 맨 먼저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가는 선수가 바로 다킥”이라고 말한다.

다킥은 베이스라인에 서서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특히 포어핸드가 압권이다. 네트게임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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