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日이노우에 서예작품과 감상詩展

  • 입력 1999년 5월 31일 18시 53분


“이노우에 유이찌의 ‘貧’이란 글짜에서는/대략 다음과 같은 아우성소리가 들린다―/하늘과 땅과 그 사이 사람들아/나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결단코 결단코 죽어도 지지안해!…”

미당 서정주의 ‘이노우에 유이찌의 貧이란 글짜’라는 시의 일부다. 국내 유명시인들이 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되는 일본 전위 서예가 이노우에 유이찌의 작품을 보고 최근 감상시를 발표했다. 서정주 외에 김춘수 성찬경 박희진 장석남 채호기 신현림 박남철 이승훈 서정학씨가 시를 썼다.

예술의전당은 지난해말부터 국내 작가들에게 이노우에의 작품을 보여주며 감상시를 의뢰했다. 전통서예와 다른 그의 작품이 어떤 느낌을 전해주는지, 시인의 풍부한 감성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 도움을 주려했다는 것이 예술의전당 측 설명. 시인들도 그의 가난할 ‘빈(貧)자’가 IMF체제 하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힘을 줄 것으로 보여 이같은 시들을 썼다고 밝힌다.

이노우에는 전통서법을 무시한 파격적인 글씨를 써왔다. 그는 평생 빈(貧)자를 수없이 썼다. 고물상집 아들로 어렵게 자란 환경, 전후 일본의 경제적 빈궁 등에 대한 느낌이 담겼다. 절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

서정주가 이노우에의 작품에서 생의 의지를 읽었다면 채호기는 시 ‘글자’를 통해 “바라보고, 냄새맡고, 쓰다듬고, 껴안고, 애무할 수밖에 없는 글자…”라고 그 작품의 매력을 표현했다.

감상시들은 이번 전시기간 동안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02―580―1300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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