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사기밀이 부인 통해 샜다?

  • 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32분


나라안을 온통 뒤집어놓다시피 한 재벌회장 부인―장관부인들간 ‘옷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이번 주 초 발표될 예정이다. 애초 수사 착수에 미온적이던 검찰이 여론의 비난과 러시아를 방문중이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에 ‘초특급 수사’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현정권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파문을 가능한 한 빨리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눈앞의 6·3재선거에서 여당측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됐음직하다.

이번 검찰 수사는 표면적으로는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 부인 연정희씨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의 본질은 재벌과 장관 부인들간에 고급옷을 미끼로 한 ‘추악한 로비’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국민적 의혹이다. 따라서 검찰수사가 이 부분을 한 점 의혹없이 밝히지 못한다면 파문은 가라앉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측이 김태정장관 부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말하고, 불리한 의문에 대해서는 물어도 입을 다문다는 일선기자의 보도는 수사의 공정성에 적잖은 우려를 갖게 한다. 그렇잖아도 이 사건은 고소 당사자의 남편이 전직 검찰총장에다 현직 법무장관이어서 과연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는 국민의 눈은 무섭다. 다시 한번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김장관 부인 연씨가 남편이 검찰총장 재임시 수사중이던 신동아그룹 최회장의 구속을 사전에 알고 그것을 주위에 흘렸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연씨는 부인하고 있으나 이 사건을 내사한 이른바 ‘사직동팀’(경찰청조사과) 팀장 최광식(崔光植)총경은 야당의원들에게 그런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한마디로 검찰총장 남편이 아내에게 수사기밀을 누설한 셈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이 부분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지적돼야 할 또 하나의 사항은 ‘사직동팀’이라 불리는 청와대 특명 수사팀의 존재다. 이 조직은 직제로는 경찰청 소속이면서도 청와대 직할체제로 운영돼왔다. 그런데 이 ‘사직동팀’이 내사해 사실무근이라며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한 ‘옷로비 의혹’은 관련자들의 말이 제각각인데서 알 수 있듯이 허점투성이로 드러났다. 사건의 성격상 적당히 덮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법적 근거 없는 초법(超法)적인 사정(司正) 전위부대로 당장 해체하라”는 야당의 주장이 옳은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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