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국민연금 분리]사회보장 이념과 배치

  • 입력 1999년 5월 21일 10시 13분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를 통합한 국민연금제도가 출범하면서 자영업자의 소득 과소 신고가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개선책으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의 재정을 아예 분리하자는 의견이 봉급생활자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라도 한시적 분리운영을 주장한다. “연금의 위험분산 및 소득재분배기능을 제약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

국민연금 재정을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등 직역(職域)별로 분리 운영하자는 주장은 일견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재정분리 방안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극단적인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더욱이 사회보장의 이념과 배치돼 더 심각한 불공평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의 직역별 분리는 직역간 연금수준의 격차와 노후보장의 불평등 문제를 일으킨다. 20년 가입을 기준으로 평균급여 수준을 비교해 보면 봉급생활자는 44만4천원이고 자영업자는 23만5천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대(世代)간 형평성도 문제다. 재정보조를 전제로 하는 현행 급여부담 체계에서는 미래 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하게 된다. 미래세대로부터 얻는 혜택을 집단에 따라 차별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재정분리시 이러한 급여 및 혜택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어떤 집단도 자기 집단보다 낮은 평균소득을 가진 집단을 포용하지 않으려는 극단적 이기주의 현상이 생길 것이다. 결국 사회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경제가 발전하고 노령화 사회로 진척되면서 자영업자수는 줄어들고 봉급생활자는 늘어나는 구조로 고용구조가 바뀐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의 연금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결국 보험료를 올려서 메우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직종별로 분리된 제도를 채택했던 선진국도 지금은 다시 통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노령화 및 고용구조가 변화하면서 개별 연금제도의 재정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선진국보다 사회보험을 늦게 시작한 한국이 굳이 이런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직막으로 재정분리 방안은 연금제도를 직역별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연금 규모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관리비가 증가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러면 위험분산과 소득재분배 기능을 해칠 수 있다. 사회보험은 따로 분리하는 것보다는 전국민을 하나로 묶어야 재정운영의 위험도 분산되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용하(국민연금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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