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혁/「매정한 계모」자민련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40분


요즘 자민련, 그 중에서도 충청권 의원들의 태도를 보면 ‘매정한 계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당이 서울 송파갑 재선거에 공천한 김희완(金熙完)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열리던 18일 그들은 개소식을 외면하고 때마침 미국으로 떠나는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배웅하러 김포공항으로 몰려갔다.

자민련은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의 재선거가 공고되기 훨씬 이전부터 연합공천을 주장하며 두 곳을 저울질하기에 바빴다. ‘반 호소, 반 강제’의 우여곡절 끝에 공동여당 파트너인 국민회의로부터 송파갑을 양보받긴 했지만 내세울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국민회의에서 치열한 공천경합을 벌이던 김후보를 ‘양아들’처럼 빌려간 것이었다.

자민련은 ‘국민회의 사람’인 김후보에게 공천장을 준 다음 ‘충성을 맹세하는 각서’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후보로 나서자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들은 ‘변심(變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늬만 자민련’이라며 김후보를 외면하는가 하면 “내각제 담판이 결렬되는 상황을 감안해 이회창총재와 극한대립을 해선 안된다”는 ‘전략적 기권론’까지 거론하고 나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렇게 해서 결국 국민회의가 사실상 선거를 대신 치러주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합공천을 주장한 것이나 내각제를 염두에 둔 전략이 설왕설래되는 사정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하지만 공당의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정치도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기왕에 중앙당 개입을 자제키로 한 상황이니 지역구에 가서 북적대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삼척동자 보기에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선거과열이나 공명선거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김창혁<정치부>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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