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간첩 리철진」, 남한사회 통념 뒤집기

  • 입력 1999년 5월 13일 20시 12분


간첩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를까.신고전화는 113이고 총 독침 난수표….

그렇다면 남한의 ‘무서운’ 4인조 택시강도에게 이 무기들을 몽땅 빼앗겨버린 간첩은 정말 간첩일까 아닐까.

영화 ‘간첩 리철진’은 우리가 당연하게 알아오던 사회통념과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집고, 깨뜨리고, 물구나무를 서서 보여줌으로써 전혀 새로운 차원의 웃음을 선사한다. 군사정치대학을 졸업하고 뛰어난 무술실력까지 갖춘 리철진(유오성 분).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한국서 개발한 슈퍼돼지의 유전자 샘플을 가져오라는 특명을 받고 남파된다.

하지만 용맹무쌍한 간첩이 택시강도를 당하고, 신참간첩의 돈만 기다리던 고정간첩 오선생(박인환)은 “공작금도 없는 게 무슨 간첩이냐”며 그를 박대한다. 돈으로 모든 게 해결되다니, 남한은 그에게 충격적인 사회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진감독은 웃음을 배경으로 깔면서 리철진의 죽음 등으로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찡한 감동을 주어야한다는 감독의 강박관념이 화면에 배어나고, 감독의 작품 속에 늘 등장하는 ‘구원의 여인’ 화이(박진희)와 주인공의 사랑이 작위적인 점이 아쉽다.

“나는 공산당은 싫다”고 주장하는 4인조 택시강도 등 캐릭터가 뚜렸한 조역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15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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