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영월 동강 래프팅]때묻지 않은 물길 80리

  • 입력 1999년 5월 12일 19시 09분


비오리 한마리가 빠른 속도로 강을 가로질러 비행한다. 그 아래 강위에는 새끼오리를 등에 업은 엄마 비오리가 한가로이 헤엄친다. 느릿느릿 흐르는 강은 잔잔하기가 호수같다. 주변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들리느니 새소리 뿐이다.

동강. 그 흐름이 멈출지 계속될 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운명의 강’. 구절양장(九折羊腸)으로 강원 평창 영월 정선 3개 군의 산과 마을을 뱀처럼 휘감으며 흐른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산경표(山經表·여암 신경준이 1769년에 쓴 지리서)에 나타난 선인들의 탁견을 실감케 한다.

요즘 이 강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수려한 동강 주변의 비경을 감상하기 위함이다. 주말이면 노랗고 빨간 수십척의 래프팅용 고무보트가 강물 위를 수놓는다. 길이 없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강변 자갈톱에도 트레킹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뜬다.

정선군 가수리에서 시작, 동강댐건설 예정지인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까지 동강 51㎞ 구간에서도 비경은 납운돌(정선군 신동읍 고성리)∼섭새(영월군 영월읍 거운리)의 30㎞ 구간에 몰려 있다. 도로가 나지 않아 ‘인간간섭’이 없었기 때문. 그 비경을 찾아 래프팅보트에 올랐다.

찾은 곳은 평창군 미탄면 창리의 래프팅클럽 ‘동강레포츠’. 래프팅 일행을 태운 마이크로버스는 1시간반을 달려 동강의 납운돌에 도착했다. 자갈톱으로 뒤덮인 강변이다. 목적지는 동강 중류의 문희마을(평창군 미탄면 마하리)로 거리는 20㎞(4시간 소요).

보트에서 바라 보는 동강 주변 비경의 핵심은 ‘극단의 대비’. 물구비마다 한 편은 자갈톱, 다른 한 편은 1백 수십m 높이의 직벽이 나타난다. 나래소 파랑새절벽 수달동굴과 자갈톱은 오랜 세월동안 강물에 침식돼 생겨난 것.

래프팅의 묘미라면 물흐름이 빠른 여울 통과시 느끼는 스릴과 짜릿함. 빠른 물흐름이 심심찮게 나타나 래프팅의 맛을 살려준다. 간혹 보트가 뒤집혀 사고가 나기도 하는 곳. 또 다른 위험은 강을 가로지르는 거룻배의 도강용 쇠줄. 납운돌∼섭새 구간에 모두 8개가 있다. 이 줄에 보트가 걸릴 경우 전복된다. 때문에 물길이나 쇠줄 위치를 잘 아는 이 지역 래프팅클럽을 찾는 게 좋다.

가끔 강건너 구릉위로 농가 몇 채가 나타난다. 밭에서 소를 몰고 쟁기질 하는 농부의 부지런한 모습도 눈에 띈다.

〈정선·평창〓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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