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리포트]산본신도시 「차없는 거리」

입력 1999-05-02 20:32수정 2009-09-24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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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산본신도시(군포시 산본동)의 젊은 부부들은 요즘 일요일이면 자녀와 함께 시청앞 도로에 나가 여가를 즐기는 것이 큰 낙이다.

따로 옷을 차려입을 필요가 없고 집에서 가까워 도시락을 챙길 필요도 없다.

마음 놓고 도로를 ‘점령’한 채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리고 만다.

군포시는 지난달 7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시청사 부지 전체와 시청 앞 왕복 6차로 도로 2백여m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고 있다. 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2일 오전10시 이곳 교통이 통제되자 수백명의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도로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시가 무료로 빌려주는 도로변의 자건거를 먼저 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였다.

자전거는 모두 80여대로 이 중엔 지난달 박인덕(朴仁德·41·군포시 재궁동)씨가 시에 기증한 10대도 포함돼 있다.

박씨는 “4남매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곳이 어린이들의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전거를 기증했다”고 말했다.

오전11시가 되자 도로는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학생들로 분주해졌다.도로 한 편에서는 가족끼리 배드민턴을 치거나 줄넘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 청사내 다목적운동장은 화살대를 던져 통에 꼽는 ‘투호놀이’를 하는 초중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경기 분당신도시에 산다는 이경희씨(42·여)는 “산본 친척집에 왔다가 ‘차 없는 거리’를 처음보게 됐다”며 “아이들이 하루라도 마음놓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참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군포시는 어린이날인 5일에도 이 곳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로 했다. 이날 오후8시 시청 앞 광장에선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화영화 ‘벅스 라이프’가 상영된다.

일부 시민들은 ‘차 없는 거리’ 조성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통하는 산본인터체인지가 이 도로와 연결돼 있어 교통통제시 불편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군포시는 “시민 1천1백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2.1%가 ‘차 없는 거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차 없는 거리’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대신 ‘차 없는 거리’가 만들어질 때 주변 도로의 소통을 원활히 해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군포〓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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