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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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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미의식은 무엇일까? 자연미인가 무(無)기교의 기교인가? 그동안 적지 않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만만치 않다.
그 어려운 질문에 도전한 책이다. 한국미술 전공학자 22명이 선사시대의 암각화(바위그림)부터 최근의 테크노아트에 이르기까지 그 저류에 흐르고 있는 한국적 미의식, 한국미의 정체성을 추적했다.
최병식 경희대교수는 한국미술의 ‘무작위적 미감’에 주목한다. 그것은 자연 및 생활과의 일체감에서 나온 기교 이전의 미라고 설명.
고려불화를 고찰한 정우택 경주대교수는 “색의 절제, 변화의 절제가 고려불화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고려불화의 독특한 미학은 화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절제와 조화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러한 조화의 미가 고려불화의 미적 특징이자 고려인들의 정서라는 설명이다. 김정희 원광대교수는 이어 “조선불화는 서민적이었고 이는 한국적 불화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한다.
18세기 전후 진경시대를 맞이한 한국 미술은 자주적 주체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구한말과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정체성의 위기에 봉착해야 했다. 이와 관련 윤범모 경원대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우리 미의식의 정체성은 민족의식과 직결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최태만 서울산업대교수는 “이 시대 한국적 미의식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면 실학의 정신으로 민족주의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이책에서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이는한국적미의식의정체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작업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서문에서 ‘의도한 바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나 첫 발자국을 뗐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히고 있지만 22편의 논문이 모두 개별적인 논의에 그치고 있다. 또한 각 장르에 나타난 미의식이 어떻게 한국적 미의식이라는 보편성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정치한 방법론이 없기 때문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