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황금굴비를 찾아서]4월의 법성포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선운사(전북 고창) 동백꽃이 뚜욱 뚝 떨어져 땅바닥을 빨갛게 물들이는 4월. 법성포(전남 영광) 포구는 두름(10마리씩 2줄)이나 오가재비(5마리씩 2줄)로 엮여 걸대에 널리는 ‘황금굴비’로 노랗게 채색된다.

이 때를 놓칠세라 ‘황금굴비를 찾아 떠나는 기행’이 마련됐다. 기획한 곳은 자연산 미역 멸치 등 희귀한 전통 음식재료만 취급하는 유통회사 ‘명가어찬’(02―871―5808). 20여명이 이달 초 ‘조기에 관한 명상’의 저자 주강현씨(민속학)와 함께 법성포로 떠났다.

조기는 회유어종.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떼는 2월이면 ‘신혼여행’을 떠난다. 추자도를 거쳐(3월) 수심이 얕은 이곳 칠산도 앞바다에 와 한식(寒食·6일) 곡우(穀雨·20일)를 거쳐 입하(立夏·5월6일)까지 산란을 한다. 그후 위도를 지나 연평도(6월) 대화도(평북 철산·7월) 근해까지 올라가 여름을 지낸 뒤 남하한다.

70년대초만 해도 회유하는 조기떼를 따라 법성포 위도 연평도에서는 파시(波市)가 섰다. 그러나 남획으로 조기 씨가 마르며 수확량은 줄었다. 요즘 법성포에서 경매되는 조기도 모두가 칠산도 앞바다에서 잡힌 것은 아니다. 여기서 뱃길로 36시간 거리의 동중국해 것들도 많다. 그럼에도 영광굴비의 ‘영광’은 아직도 찬란하다. 그 맛만큼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법성포에 들어 온 부경호(60t). 동중국해로 출어한지 15일만(조업 10일)이다. 어획량은 20㎏들이 2백상자. 모든 조기가 황금굴비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다.참조기만 해당된다. 잡힌 것 중 참조기 상품은 딱 한 상자. 경매가는 1백80만원이었다. 수조기(중간크기)는 상자당 3만원.

황금굴비의 ‘그 맛’. 어디서 오는 걸까. “참조기만 골라 2년이상 간수를 뺀 부근 칠산염전의 천일염으로 하룻동안 절였다가 물로 씻어내고 법성포의 햇볕과 서늘한 바람에 말리는 것이지요.”

법성포 ‘참굴비수산’(0686―356―3131) 임경섭차장의 말이다. 그는 “굴비는 말린뒤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대부분 추석직전 출하한다”면서 “딱딱한 것 보다는 반쯤 말린 것을 선호해 2, 3일 정도만 말린다”고 말했다. 가격은 24㎝크기 10마리를 기준해 큰 것은 20만원, 작은 것은 10만원선. 백화점 가격은 40%가량 비싸다고.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조기잡이로 바쁜 법성포의 봄. 5월 조기철이 끝나면 포구 뒷편 숲쟁이(구수산)에서는 성대한 단오제(올해는 6월17∼19일)가 열린다. 단오 전날(17일)은 앞바다에 배 수십 척을 띄우고 선상굿도 펼친다.

〈법성포〓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임경업장군이 「조기의 神」★

‘조기에 관한 명상’

조기에 관한 책으로 저자는 ‘우리 문화 수수께기’를 쓴 민속학자 주강현씨(경희대 강사). ‘황금투구를 쓴’ 조기에 얽힌 우리의 민속, 조상들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우리 물고기 중 신을 둔 것은 조기 뿐인데 포세이돈이 ‘바다의 신’이라는 것은 잘 알면서도 정작 임경업장군이 ‘조기의 신’이라는 사실은 모른다”고 말한다.

주씨는 서해 50여개 섬을 돌며 조기에 얽힌 이야기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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