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으로 본 세상]『회장님이 산동네 집에 살다니…』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03분


신원그룹은 올해초 입사한 인턴사원들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에 색다른 코너를 끼워 넣었다.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새내기들이 박성철(朴成喆)회장의 자택을 방문하도록 한 것.

서민층이 모여 사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고지대에 자리잡은 박회장의 집은 30평도 채 안되는 단독주택. 10여년전 이사온 뒤 줄곧 이곳에서 살고 있다.

‘회장 자택 견학’은 임원들의 아이디어. “회장이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게 애사심을 키우는 최고의 산교육”이라며 박회장에게 건의했다고.

박회장은 처음엔 “선전할 일도 아닌데, 쓸데없이…”라고 일축했으나 결국 거듭된 설득을 받아들였다.

회장의 ‘저택’을 둘러본 인턴사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정말 회장 집이 맞느냐”고 여러번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회장은 이와 관련해 “일절 밖에 알리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는 후문. “회사가 워크아웃을 당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자랑할 처지가 못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측근들은 박회장에 대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청교도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평가.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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