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3월 22일 18시 5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처럼 일부 재벌의 불합리한 경영이 가능했던 배경 가운데는 이사회의 유명무실화가 있었다. 주요 경영정책을 결정하는 동시에 경영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이사회다. 하지만 국내 기업 이사회는 그저 회장님의 들러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형식적으로 의결할 일이 있으면 이사들의 도장만 쿡쿡 찍는 서면이사회로 대신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IMF 상황을 맞고 나서야 ‘이사회를 무력화시킨 재벌의 횡포가 경제위기를 낳는 데 한몫 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민주적인 이사회가 기능했던들 한보의 철강사업이나 삼성의 자동차사업이 그렇게 무모하게 추진됐겠는가 하는 가정법도 등장했다. 이사회 정상화 및 기능강화 움직임의 배경에는 이런 뼈아픈 교훈이 널려 있다.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는 참여연대는 20일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대우 등의 주총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전자회장은 지난 1년간 12번의 이사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62번의 이사회에, 현대중공업의 정주영(鄭周永) 정몽준(鄭夢準)이사는 14차례의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참여연대의 장하성(張夏成)교수는 이들을 ‘유령이사’라고 불렀다. 유령이사의 기업지배 행태가 지속되는 한 책임경영과 이사회 정상화의 길은 멀다고 느껴진다.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