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美­日 「소비의 중요성」 결과는?

  • 입력 1999년 3월 21일 18시 26분


‘소비는 미덕’이란 말은 케인스 경제학의 가장 핵심적인 격언.

부지런히 저축하는 ‘일개미’보다는 흥청망청 쓰고보는 ‘베짱이’가 많아야 경기가 좋아진다는 이론이다.

요즘 일본과 미국을 보면 이 이론이 기막히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저축률이 매우 높은 국민. 불황이 깊어질수록 저축에 매달린다.

일본 정부가 소비를 자극하려고 공공사업을 벌이고 세금을 깎아주며 상품권을 나눠주는 등 별짓을 다해도 풀린 돈은 곧바로 은행통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급기야 일본정부는 ‘인플레 요법’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인플레 때문에 저축한 돈의 구매력이 뚝 떨어질 것이므로 ‘지금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믿음을 주려는 고육책이다.

당국이 일부러 인플레를 조장한다는 것은 기존 경제이론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

반면 미국은 국민의 ‘베짱이 근성’ 때문에 96개월 연속호황을 누리는 나라다.

미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동력원은 탄탄한 내수. 아시아 경제위기로 수출이 감소할 때도 활발한 내수가 수출감소분을 메웠다.

작년 4·4분기의 소비수요 증가율은 연 4.5% 수준. 민간 경제조사기구인 ‘콘퍼런스 보드’가 집계한 2월 소비자 체감지수는 178.4로 32년만에 가장 높았다. 소득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소비가 경제를 떠받치는 형국으로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거품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는 경제현실에서는 잘 맞지 않는 모양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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