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성금모금땐 악착같이…사용처 공개안해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38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국민들이 낸 성금의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사용결과에 대한 감독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정부기관과 성금모금 단체는 성금을 모금취지와 달리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따르면 성금모금 단체는 사전에 행정자치부나 시도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한 해에 1백여건의 성금모금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지난해 행자부의 허가를 받고 성금을 모은 단체는 10곳, 모금실적을 보고한 단체는 3곳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경우 허가해준 성금모금은 단 한 건이었다.

보건복지부는 97년 각 사회단체와 언론사가 모금해 전달한 불우이웃돕기 성금 1백11억원의 대부분을 사회복지시설 개보수비 등 정부 예산으로 사용해야할 곳에 지출했다. 고아원 양로원 등 어려운 이웃에게 물품이나 돈으로 전달된 것은 총액의 12%에 불과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어린이돕기 명목으로 지난해 8,9월에 1억2천9백여만원을 모금했으나 행사경비로만 1억7천만원을 썼다. 이 단체 관계자는 “당초 50억원 정도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으나 모금액이 턱없이 부족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들어 전화자동응답(ARS)을 이용한 모금이 급증하고 있으나 한국통신은 법규정을 무시한 채 모금 허가를 받지 않은 단체에도 ARS 라인을 개설해줬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행자부 승인서가 없어도 방송사를 믿고 전화선을 개설해줬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성금모금과 집행과정을 감독할 제도적 장치와 관리가 허술한데서 빚어진다.

행자부 재정경제과 강성조(康盛照)사무관은 “성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실사(實査)할 수 있는 체계가 없는 것은 물론 모금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강철희(姜哲熙)교수는 “정당한 방법으로 성금을 거두고 집행하는 단체들마저 도매금으로 불신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성금관리를 투명하게 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홍·박현진·윤종구기자〉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