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복지부「갈팡질팡 탁상행정」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초상집이 따로 없다. 국민연금 파문이후 집권당 일각에서 장관의 경질까지 거론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분위기가 그렇다. 풀이 죽어 있는 복지부 관리들의 처지가 딱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심스럽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번 국민연금 파동에 대한 복지부의 대응방식은 한마디로 갈팡질팡이었다. 이번 사태의 어느 한 시점에서도 복지부가 일관된 방침을 가지고 국민연금제도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국민의 비난에 따라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식이었다.

복지부는 당초 도시자영업자들에대한 국민연금 신고권장소득액이 통보된 후 대상자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항의가 쏟아졌을 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다. 권장신고액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항의에 대해서는 ‘예상된 불만 표출’로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었다.

실직자와 군인 학생 심지어 이미 가입되어 있는 직장인들에게까지 소득신고 통보가 된 점에 대해서는 ‘일선 조직의 단순한 사무착오’라고 말했다.

시일이 갈수록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집권당과 청와대에서까지 불만이 터져나오자 복지부의 ‘느긋함’은 ‘허둥지둥’으로 변했다.

도시자영업자에 대한 국민연금 확대를 위한 필수 방안의 하나였던 직권부과철회 문제만 하더라도 당초에는 ‘절대불가’에서 불과 며칠만에 ‘수용’으로 바뀌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1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국민을 위한 좋은 제도가 왜 국민으로부터 배척과 원망을 듣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파문은 공무원의 안일과 탁상행정이 가져올 수 있는 국민적 혼란의 한 표본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

정위용<사회부>jevi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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