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벼랑에 선 검찰

동아일보 입력 1999-01-28 19:22수정 2009-09-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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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폭탄발언에서 비롯된 검찰파동이 최악의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일손을 놓고 양편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는 등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자칫하면 검찰조직의 상명하복 지휘체계가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시민단체들이 검찰총장 등 수뇌부의 퇴진까지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다가 파동이 법원으로까지 비화돼 또 하나의 사법파동을 겪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우선 ‘항명사건’으로 불거진 검찰조직의 균열과 불안정을 가라앉히는 일이 시급하다. 검찰권 행사에 하루라도 공백이 생기면 당장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검찰수뇌부의 지혜와 위기대처능력, 전국 검사들의 자제와 이성이 요망된다.

폭탄발언에 대한 징계는 심고검장 자신도 각오한 일일 것이다. 혹시라도 검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파동에 관해 누가 옳고 그르냐 보다는 검찰 상층부의 이전투구로 단순하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로 대전 법조비리사건이 함몰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 본란이 거듭 촉구해온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은 그것대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심고검장의 주장대로 행여 검찰수뇌부가 살기 위해 억울한 희생자를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판검사에게도 인권이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대전사건과 이번 파동을 스스로 뼈를 깎는 검찰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개혁은 이번 사태의 전말과 상관없는 국민적 요구다.

이러고도 검찰이 개혁하지 않는다면 대전사건도 항명파동도 검찰위상에 상처만 추가할 뿐 무의미한 것이 된다. 이번 파동은 오랫동안 누적돼온 검찰내부의 모순이 대전사건을 계기로 한 순간에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항명’에 대한 징계문제와는 별도로 심고검장의 성명내용을 검찰이 회피해서는 안된다. 표현방식에는 잘못이 있을지 모르나 검찰이 어떻게 해서 오늘날 위기에 봉착했느냐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뇌와 진단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권력 시녀론’을 일부 지적대로 ‘반개혁’으로만 몰아서는 안된다.

일련의 사건은 검찰개혁을 위해 어차피 거쳐야 할 진통이자 희생인지도 모른다. 검찰의 새 위상을 세우는 촉발제가 된다면 훗날 의미있는 과정으로 평가될 것이다.

검찰권의 중립과 독립문제를 포함한 검찰개혁 과제들은 이미 분명히 던져졌다고 본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실천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검찰의 자세 여하에 달렸다. 벼랑에 선 검찰이 제자리를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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