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석/공영방송 개혁의 조건

입력 1999-01-20 19:14수정 2009-09-24 13:3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다음달 말까지 시한부로 운용될 방송구조개혁위원회가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내놓을 방송 개혁의 청사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방송개혁 문제는 지난 정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끌면서 진행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워낙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개선안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방송 산업 전반이 뒤바뀔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KBS의 향후 위상문제를 두고 방송구조개혁위원장과 KBS사장이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이 문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기대 충족시켜야

이번에 노출된 이견의 핵심은 KBS가 계속하여 두 개의 채널을 유지할 것인지, 그리고 공영 방송인 KBS의 광고 방송을 존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시청료를 대폭적으로 인상할 것인지의 문제다. KBS는 우리나라의 국가 기간 방송이기 때문에 KBS의 위상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따라서 다른 방송 산업도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이번 방송개혁의 시발점인 동시에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역대 정권들도 한결같이 공영방송의 상업주의적 선정성을 개탄하면서 구조개혁을 통하여 방송의 공영성을 반드시 확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동안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가 수없이 많이 있었고 또 발표된 논문만 해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물들은 국가 기간 방송으로서의 강력한 공영 방송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공영방송은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써 외국 문화의 침투에 대항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문화의 진수를 엮어 나가야 하는 책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KBS 프로그램 제작 수준이나 경영방식으로는 공영방송에거는 국민의 이러한 기대감을 결코 충족시켜 줄 수 없다고 느껴진다. 독재정권시절에는 정권의 홍보기구로 전락한 공영방송에 왜 국민이 시청료를 내야만 하는가 하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정치적 상황이 바뀐 덕택인지 정치적 이유보다는 프로그램의 수준을 이유로 시청료의 징수에 반발하는 이들이 많다. 민영방송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데 왜 굳이 시청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광고 방송을 하면서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공영 방송이 시청료 징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민영 방송들과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보여 주어야 한다. 재원이 부족하여 그런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대부분의 국민은 매우 냉담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인 KBS가 제살을 깎아내는 듯한 피나는 구조 조정의 노력을 기울여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새로운 제작 및 경영방식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제작 중심의 핵심부서만을 남겨 놓고 과감하게 부서들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직의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해 나가는 모습을 보길 원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구 노력을 보이면서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공영방송을 시청자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부 미봉책으론 안돼

사실 그동안의 노력들에 의해서 방송 개혁의 해답은 이미 내려져 있다. 문제는 역사에 부끄러운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로 방송 개혁안을 실천하려는 정권의 의지이다. 관련 당사자 집단의 기득권을 침해함으로써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반발을 의식하여 미봉책으로 마무리지을 경우 방송개혁은 또다시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송 환경의 변화는 더 이상 방송 구조 개혁을 늦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였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인지시켜 주고 있다. 좁게는 기존의 개별 방송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 넓게는 외국자본에 의한 다국적 문화의 무차별적 침투에 대항해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방송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김영석(연세대교수·신문방송학)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