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심한 Y2K 대비

동아일보 입력 1999-01-10 19:33수정 2009-09-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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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 문제(Y2K·밀레니엄버그)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비책이 턱없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거듭하면서 국민 앞에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 정부가 무언가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의 밀레니엄버그 대비태세를 점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한마디로 정부가 Y2K 대응일정을 너무 안이하게 늦춰 잡았다는 것이다. Y2K 문제야말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룰 수 없는 화급한 사안이다. 수년 전부터 선진국 정부들이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섰고 언론들이 수없이 대비를 촉구했는데도 왜 정부가 늑장을 부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문인력도 확보되지 않았고 자금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정부가 이 문제에 얼마나 허술하게 대처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심지어 국무회의에 보고된 Y2K해결 진척도까지 과장됐거나 허위로 밝혀졌다니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전력공급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원전과 에너지설비의 경우 밀레니엄버그 발생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극히 부실해 발전 및 송배전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전력 에너지 통신 상하수도 운송 항만 등 국가운용상 지극히 중요한 감사대상 중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대처하는 곳이 없다는 조사결과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낙담하다 못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밀레니엄버그의 가장 큰 문제는 컴퓨터가 해독을 잘못할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그 자체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부작용으로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겹겹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다. 금융시스템이 마비되고 국가통신망이 기능을 상실할 수 있으며 전자전을 주축으로 한 국방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벌써 국내외에서 유사한 문제가 하나 둘씩 터져 나오고 있다. 밀레니엄버그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해주는 일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들은 우리나라가 대책마련에 실기했다고 판정하고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기술력 시간 인력 자금 등 4대 준비사항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감사원의 지적대로 우선 가시적 범위 안에서나마 해야 할 일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대응이 늦을수록 소요비용은 늘고 재앙은 더 커지는 것이 밀레니엄버그의 특징이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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