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철/돈벌이 급급한 공기업

  • 입력 1999년 1월 7일 19시 01분


기획예산위원회는 공기업과 정부투자기관등 공공부문 경영혁신을 추진하면서 설립 취지와 무관한 부대사업을 민간에 위탁운영하라고 되풀이해 지시한 바 있다.

한국공항공단은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계약기간이 작년말로 끝난 김해와 제주공항의 면세점 운영권을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러자 김해와 제주 공항 면세점을 독점 운영하면서 연간 1천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한국관광공사가 펄쩍 뛰었다. 관광공사는 대체 재원을 마련하는 2000년말까지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논란이 일자 기획예산위는 공공부문 개혁 원칙에서 후퇴해 “관광공사 재원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관광공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획예산위가 이렇게 원칙을 잃고 춤을 추자 공항공단도 어쩔 수 없이 관광공사의 김해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2000년까지 보장해주었다.

그 대신 김포공항 국내선과 국제선 청사에 모두 1백80평 규모의 면세점을 새로 설치해 새 면세점 운영권만 경쟁입찰을 실시하기로 관광공사와 합의했다.

공항공단은 새 면세점 운영권을 팔아 추가 수입이 생겼고 관광공사는 김해 제주공항의 면세점 운영권을 지키는 선에서 타협한 셈이다.

공항공단은 최근 김포공항에 새로 개설되는 두 면세점 운영권을 경쟁입찰을 통해 2백95억원을 받고 롯데호텔에 넘겼다.

평소에도 비좁은 김포공항에 면세점이 새로 개설되면 공항 이용객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과 이동통로가 그만큼 좁아져 불편을 겪게 된다. 두 기관 모두 여행객 편의에는 관심이 없고 조직의 돈벌이에만 바쁜 것 같다.

김상철<경제부>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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