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재계 경영 5대관전 포인트]

  • 입력 1999년 1월 3일 19시 18분


재계엔 99년도 혹독한 시련의 한해가 될 것 같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국내경기의 침체 지속으로 생산활동이 활기를 회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후속작업과 재벌개혁 정책으로 대기업 앞에는 숱한 도전과 과제가 놓여 있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거센 도전 앞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할 것인가. 주목해서 지켜 봐야 할 재계 경영의 ‘5대 관전포인트’를 제시한다.

▽현대의 확장전략과 후계구도〓올해 재계 태풍의 눈은 역시 현대그룹. 8개 구조조정 대상업종 가운데 6개 부문의 통합협상에서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한국중공업 등 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에 나서 영역확장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 난항에 빠진 한보철강 인수업체로도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확장전략은 작년에 벌여놓았던 사업들의 향배에 의해 판가름날 전망. 남북경협사업을 비롯해 반도체 빅딜, 조흥―강원은행 합병, 항공기 철도차량 사업구조조정 등 진행형인 사업의 성패가 확장의 폭과 강도를 결정짓는 변수다.

현대가 올해 맞서야 할 또하나의 적은 ‘정부와 밀월관계’라는 세간의 소문과 다른 그룹의 견제. 현대의 한 고위임원은 이를 의식한 듯 “올해에도 할 일이 많은데 현대가 정부와 교감하면서 독주한다는 인상 때문에 차질을 빚지 않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빅딜의 향방〓작년에 빅딜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올해는 이를 작품으로 내놓아야 할 상황. 자동차를 포함한 8개 업종 중 무엇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중 반도체 통합과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이 가장 핫 이슈.

과연 LG가 계속 정면대결이라는 ‘도박’을 불사할 것인지, 정부가 ‘청문회 설’부담까지 감수하면서 그대로 밀어붙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은 수뇌부가 동의해 한결 나은 편이지만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삼성 SM5의 계속 생산 여부를 놓고 아직 공방을 벌이고 있고 양사 종업원들이 반발 기세가 완강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그룹 해체와 총수체제 향배〓선단식으로 운영되던 그룹 체제는 올해 본격적인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총수 1인 지배체제가 상당히 약화될 전망.

재벌들도 일단 적극적인 화답형태로 외견적인 모양을 갖추는 양상. 현대는 연말 인사에서 3명의 전문경영인 회장을 등장시켜 독립경영 형태를 갖췄다.

올해 신년 시무식 풍경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상징적. 대부분 그룹들이 작년과 달리 그룹 시무식을 하지 않았고 총수의 신년사도 없었다. 계열사 대신 굳이 ‘관계사’라고 표현한 것도 이를 의식한 변화인 셈.

▽정부와 재계 ‘긴장속 협력’〓작년 내내 긴장과 갈등을 빚었던 정부와 재계는 올해는 ‘긴장속 협력’의 새로운 관계로 변모할 전망.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척됐다고 판단한 정부가 재계에 대해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이 직접 고삐를 죄는 가운데 한편으론 구조조정 추진 합의사항 이행여부를 철저히 점검해나가고 한편으로는 그런 여건을 적극 조성해줄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이제 묵묵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태도. “할만큼 했으니 도와줄건 도와달라”고 할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의 뉴스메이커들〓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은 새해에도 여전히 재계의 ‘주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전경련이 스스로 장기비전을 입안해 연도별 행동계획을 제시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과 기업인상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령탑이 바뀐 현대 자동차 부문의 정몽구(鄭夢九)회장과 이계안(李啓安)기획조정실사장이 ‘현대차호’를 어떻게 이끌지도 주목된다. 특히 현대차 회장직 취임 이후 눈에 띄게 공식활동을 늘리고 있는 정회장이 ‘포스트 왕(王)회장’구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지가 관심.

LG에서는 구본무(具本茂)회장의 뚝심과 결단이 어떤 형태로 표출될지가 궁금하고 삼성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자신이 결정했던 자동차 사업의 실패를 어떻게 수습하고 삼성을 이끌어 갈지가 관심사.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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