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원표/검찰출신의 「司正비판」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36분


전직검사장인 강원일(姜原一)변호사가 검찰동우지에 ‘사정유감(司正有感)’이라는 제목으로 정부의 사정(司正)을 질타하는 글을 실어 화제다.

강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인천지검 검사장까지 지낸 인사로 검찰 내부에선 이 글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검찰 출신 변호사가 공개적으로 ‘친정’을 비난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는데다 후배의 존경을 받으며 검사장을 지낸 이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는 이 글에서 최근의 사정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루어진 의혹이 짙다고 지적했다. 수사대상자 대부분이 전정권의 실력자이거나 새정권 담당자들과 비우호적인 인사라는 점, 수사가 늘 집권층 주변에서 미리 예고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검찰권 행사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강변호사의 지론.

그는 “무소불위의 검찰권 행사만이 사회의 그릇된 일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면서 “정치권력이나 분별없는 여론이 그러한 착각을 부추기더라도 스스로 중심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사대상을 오로지 시대적 여망인 ‘미래를 위한 개혁’에 장애가 되는 범죄행위에 한정해야 한다”며 “관행적으로 저질러져 묵인할 수밖에 없었던 비리에 대해 새삼스레 문제삼는 일을 최대한 삼가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읽은 한 검찰간부는 “검찰이 그냥 흘려듣기에는 뼈아픈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가 강변호사의 지적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검찰의 사정에 대한 기자의 지나친 우려일까.

조원표<사회부>cw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