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선대인/경비행기 제작 물거품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21분


‘창공으로 날아오르고 싶은 상용 경비행기의 꿈.’

지난해 국내 대학 최초로 경비행기를 자체 제작, 비행하는데 성공해 화제를 모았던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항공기개발팀장 정재준(鄭在峻·30·석사과정 4학기)씨는 요즘도 매일 공대 항공기제작연구실을 드나들며 몸통 없는 경비행기 한쪽 날개를 애틋하게 쓰다듬는다.

정씨 등 건국대 항공기 개발팀은 지난해 5월 자체 제작한 경비행기 ‘한나래호’의 공식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올해말 완성을 목표로 2호기 제작에 들어갔다. 2호기는 1호기를 만든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관디자인과 비행안정성을 보완, 국내 최초의 상용기로 만들 계획이었다. 4천만원대인 외국산 조립품의 절반가격인 2천만원선에 공급할 수 있어 경쟁력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 꿈은 IMF한파에 얼어붙었다. 지난해 산학협동형식으로 개발비의 절반씩을 댔던 D항공과 학교측이 각각 부도와 재정난으로 지원을 끊었기 때문. 지난해 함께 작업했던 대학 후배들도 하나둘씩 떨어져나갔다.

이런 형편에도 정씨는 지도교수인 윤광준(尹光埈·39)교수의 도움으로 8개월동안의 작업 끝에 개념설계와 날개 등 동체세부설계를 9월까지 끝냈다. ‘설계도면만 완성되면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내 10여개 경비행기 제작업체에 모두 제안서를 보내봤지만 응답이 없었다.

“대학 신입생이던 10년 전부터 꿔온 꿈입니다. 졸업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보고 싶은데….”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정씨의 안타깝고 초조한 마음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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