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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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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켈리(27·캐나다·서울 중동중 영어강사)
남편이 쇼핑을 싫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평소에는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아요. “온통 먹을 것과 여자들 밖에 안 보이는 슈퍼에 가면 지겨워서 미칠 것 같다”는데 어쩌겠어요?
하지만 크리스마스 쇼핑은 예외라고 생각해요. 선물해야 할 양쪽 집안 식구가 10명이에요. 이 많은 선물을 어떻게 혼자 들어요? 그리고 시댁 식구 취향은 아무래도 남편이 잘 알잖아요. 또 대부분이 처음 사 보는 물건인데다 계산도 느리기 때문에 남편이 물건 값을 캐나다 달러로 환산해서 값이 적당한 지를 판단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남편이 뭐라는 줄 아세요? “당신 팔 힘도 장난 아니야. 당신이 고른 선물을 부모님과 동생이 마음에 쏙 들어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 그리고 요즘 조그만 계산기가 얼마나 많은데.”
그이는 정말 남편이 함께 다니면서 물건을 골라주는게 아내에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는 것 같지만 저는 그이를 존중하기 때문에 큰 불평은 안해요. 하지만 1년에 단 한번,특별한 선물을 사는 크리스마스만이라도 친구들과 약속은 좀 미루고 저의 ‘계산기’가 돼 줄수 없나요?
▼ 남편생각 ▼
에드워드 켈리(28·캐나다·서울 중동중 영어강사)
저희 부부는 ‘CC(캠퍼스커플)’ 출신입니다.대학 3학년 때 친구의 소개로 만났죠. 사실은 제가 아내를 ‘찜’해뒀었는데 아내를 잘 아는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했지요. ‘작전’은 성공했고, 지금은 결혼한 지 5년째입니다. 한국에 온 지는 2년 됐습니다.
금실 좋은 ‘잉꼬부부’의 표본이라고 자부하지만 이번 연말만은 약간 예외입니다.
새해 1월 1일, 휴가차 캐나다에 가서 가족들에게 ‘뒤늦게’ 전해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꼭 쇼핑을 같이 하자는 거예요. 제가 쇼핑을 무척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요. “크리스마스선물은 특별하고 사야할 게 많으니까”라고 아내는 주장합니다. 비록 선물을 사야 할 가족이 10명이기는 하지만 감당 못할 정도로 짐이 무거운 것은 아니에요.
또 아내가 훨씬 유행에 민감해서 물건도 잘 고르고 저도 아내가 고르는 물건이 마음에 쏙 드는 데 뭘 더 바라겠어요?
직장이 같아서 평소 24시간 함께 지내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게 행복해서’라는 말도 설득력이 없어요. 아내가 선물을 구입하는 하루만이라도 이곳 친구들을 만나 연말 분위기를 즐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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