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성주/「인간복제」열린 논의를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경희대의료원 이보연(李普淵)교수팀이 배아복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배아 및 인간복제의 가이드 라인’ 제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이드라인’에 대한 당국과 일부사회단체의 기본 생각이 각각 ‘과학기술발전’과 ‘인간존엄성’ 중시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0개 시민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경희대 정문 앞에서 ‘인간복제 항의시위’를 갖고 인간복제를 원천금지하는 법규 제정을 촉구했다.

과학기술부는 무조건 이를 금지하면 생명공학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처벌 규정을 둘 수 없다는 입장. 국회에 계류 중인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으로 규제가 충분하다는 것. 법안은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해 생식세포를 복제하거나 △인간과 동물의 수정란과 체세포를 융합하는 등의 연구에 국가 차원의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

과기부 관계자는 “올2월 미국 상원에도 ‘인간복제 금지법’이 상정됐으나 ‘실험실 차원의 논의조차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우세해 부결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을 관장하는 정부부처에서 ‘인간복제 문제’를 전담하면 윤리적 문제가 간과될 위험이 있다. 정부는 사회단체 종교단체 학자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한림대 사학과 송상용(宋相庸)교수는 “미국은 94년 대통령 직속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다른 나라도 대부분 유사한 기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제정부터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공청회 등의 절차가 필요하고 이견을 조정할 위원회 성격의 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제정은 ‘인간복제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이성주<생활부>stein3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