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중위 메모]사병들 북한군접촉 고민

  • 입력 1998년 12월 12일 07시 52분


김훈(金勳·25)중위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경비근무 당시 작성한 노트에 소대원들이 ‘북한군(KPA)과 접촉하고 선물을 주고 받은 사실’이 기록돼 있는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김중위의 메모에는 ‘KPA접촉, 이동시 MDL(군사분계선)가까이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둘이 마주보고 얘기하고 물건 주고받고…’라고 적고 이어 구속징벌을 의미하는 ‘영창’, 원부대 복귀를 뜻하는 ‘원복’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김중위가 부대원들의 북한군 접촉사실에 대해 영창이나 원대복귀 등 강경조치할 뜻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메모는 김중위가 부대원들의 치명적인 비리를 바로잡으려고 고민한 흔적이라는 점에서 국회 국방위소위와 유족들이 주장하는 ‘타살’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메모에는 ‘초소근무시 구타 및 총구 위협’ ‘2소대 북한군 선전 은닉… 허위보고’내용도 적혀있어 부대내부의 구타나 총기로 상호 위협하는 사정이 있었으며 북한군 관련 습득물 처리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모에는 ‘명령 불복종’ ‘선임자 멱살잡이… 소대 교체’ ‘선임자로 부터 맞은 병사는 송경호 김영석’이라는 내용도 있다.

메모 후반부에는 또 ‘탄 은닉’ ‘구타’ ‘사건시 바로 보고, 은폐말것’이라는 부분도 있고 ‘총기 분실’ ‘탄 은닉 및 유기사건’이라는 내용도 있어 부대내부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상태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같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1차 조사는 물론 재조사과정에서도 “김중위와 부대원들의 갈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며 “따라서 타살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호갑·윤상호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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