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의문사 전면 재조사를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8시 39분


지금까지 대부분 자살로 처리된 군내 의문사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판문점 경비소대장 김훈(金勳)중위 변사사건을 보더라도 당연한 요구다. 군수사기관은 김중위 사망에 대해 두차례나 수사한 끝에 자살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유족과 국회 국방위 소위원회가 제기한 의문들로 보아 김중위가 군당국의 주장대로 자살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문 실정이다.

군에서 각종 사건사고로 사망한 장병은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4백여명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가 자살로 처리되며 유족의 이의신청이 매년 20여건씩 접수된다. 그러나 이의신청으로 당초의 조사결과가 뒤집어진 경우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의문은 더 커진다. 김중위사건도 유족이 철저히 파헤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혀버렸을 것이 뻔하다. 이러고서야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어떻게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겠는가.

훈련이나 폭발물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도 그렇지만 사망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의문사의 경우 유족들에게 더욱 깊은 상처를 안겨준다. 군 당국이 의문사 대부분을 자살로 결론지어온 것은 지휘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축소수사와 은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거기다 자살로 몰기 위해 부대생활 부적응이나 가정문제 등 개인적 고민거리가 많았다는 식으로 숨진 장병의 명예까지 훼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라고 한다. 신성한 국방의무에 임하다가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서야 안될 일이다.

총기와 폭발물을 다루는 군대생활에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이 기꺼이 나서고 부모들이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것은 군조직과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의문사 의혹이 남김없이 밝혀지고 재발방지 분위기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군의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의문사 조사를 위한 전담기구 설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유족의 이의신청이 묵살당하기 때문에 인권단체나 종교단체가 나서는 실정이다. 누구나 수긍할만하게 투명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권위있는 민군합동기구 상설화를 검토하기 바란다.

차제에 군 사법제도의 개편이나 보완작업도 추진해야 한다. 지휘관에 예속된 군 검찰과 헌병이 의문사나 다른 범죄 비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문제가 커질수록 지휘관은 문책당할 것이 두려워 축소수사를 지시하게 마련이다. 장군의 아들이 이럴진대 일반 장병이 의문사했을 경우 어떻겠느냐는 김중위 아버지의 탄식도 군내에 억울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케 한다. 정부는 군 의문사를 전면 재조사해 유족의 애절한 의혹을 풀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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