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부부동반」자주 만드는 남편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27분


▼ 아내생각 ▼

전성심(31·주부·서울 강동구 상일동)

대학 4학년 때 현재의 남편이 다니던 경희대 무역학과와 ‘조인트 수학여행’을 갔다가 버스안에서 복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92년초 결혼했어요. 남편을 보며 “정말 웃기는 아저씨야”라던 때가 바로 어제 같네요.

친구며 부하직원이며 챙기길 좋아하는 남편은 연말이면 앞장서서 부부동반 모임을 만들어요. 올해도 부부동반 모임만 4건이 잡혀 있어요. 전 사실 달갑지 않거든요. 옷장을 뒤져봐야 변변한 외출복 한벌 없어서 화가 나요. 남편 친구들이 “몸이 많이 좋아지셨네요”라고 은근슬쩍 흘리는 얘기도 뼈아프고요.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다니는 것도 미안해요.

집에서 모이는 모임은 더해요. 남편들이야 편하겠죠. 자기들끼리 학창시절 얘기를 떠들거나 포커판을 벌일 때 아내들이 얼마나 지루한지 알긴 하나요. TV앞에 모여 남편 흉보는 재미도 잠깐이지 애들은 졸려서 칭얼거리는데 자정을 넘겨 앉아있자면 정말 피곤해요. 저야 요즘 그래도 ‘윗사람 부인’이 돼서 좀 편해졌지만 부하직원의 ‘신세대 부인’이 직장상사와 함께 하는 부부동반 모임을 반길 리도 없고요. 가능하면 부부동반 모임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어요.

▼ 남편생각 ▼

김덕신(35·㈜한샘 강서사업소장)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오락회 사회를 보다가 아내를 ‘콕 찍어’ 결혼했어요. 지금은 경민(5)과 민선(28개월)의 ‘딸기아빠’입니다.

용산고 경희대 재학시절 줄곧 응원단장을 한 덕분에 친구가 무척 많아요. 술이 받지 않아서 소주 한잔만 해도 얼굴이 벌개지지만 친구와 어울려 놀 때 분위기 띄우는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특히 부부동반 모임을 좋아합니다. 매일 자정무렵에나 들어가는 제 생활을 주부인 아내에게 이해시킬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덕분에 평소 못하던 외식도 같이 하고 단란주점에 가서 함께 노래 부르는 기분도 괜찮거든요. 부인들끼리 ‘정보 교환’하는 바람에 몰래 써버린 포상금이나 성과급이 탄로나서 가끔 말다툼을 벌이긴 하지만요.

사랑하는 아내를 친구나 부하직원 앞에서 자랑하고 싶습니다. ‘가정적인 남편’으로 보여서 여직원들에게 점수도 따고 싶고요. ‘사회생활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게 평소 소신입니다. 아내가 저의 바깥생활에 협조해줘야 더욱 힘을 얻어 IMF시대를 이겨낼 것 아닙니까. 투정부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부부동반 모임에 따라나서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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