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술판매 전문점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11분


고대 그리스신화에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술과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역사가 깊은 만큼이나 술과 관련된 옛 교훈도 많다. 중국 한(漢)나라 때 한자풀이 책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쓴 허신(許愼)의 말은 오늘날에도 가슴에 와 닿는다. ‘술은 마시는 사람에 따라 길흉화복이 갈라진다. 본성이 착한 사람은 술을 많이 마셔도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은 많이 마시면 일을 저질러 화를 부른다.’

▼허신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술은 절제하며 마시면 약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중독에 빠져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마약이 되기도 한다. 술의 부정적 기능이 사회적으로 너무 큰 탓에 그 역사를 보면 제조와 판매를 제한하거나 아랍 국가들처럼 금지시키는 경우가 자주 나타났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금기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술판매 전문점 제도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5년 정도의 계몽기간을 거쳐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청소년 음주 경험자가 70%를 넘고 음주로 인한 막대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술판매 전문점 제도의 도입은 검토할 만하다. 선진국치고 누구나 아무 상점에서나 술을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술판매 전문점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술을 생활필수품처럼 여기는 사회 통념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선진국이 술을 알코올중독 음주운전 범죄 등과 연관지어 위험품목으로 여기는 것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 술을 마시면 화를 부른다’는 허신의 지적을 선진국에서는 이미 알고 실행한 결과이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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