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IMF 겨울 연탄 인기

입력 1998-11-30 19:30수정 2009-09-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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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 중독사고는 한 때 큰 사회문제였다. 70년대 말경까지만 해도 연탄가스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기라도 하면 사회면 머릿기사로 보도되곤 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진 사람이 매년 전국에서 1천명에 육박했을 만큼 많았다. 그런데도 연탄사용은 여전했다. 서민들로서는 취사용이든, 겨울철난방용이든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얼마나 잦았으면 신문에서 연탄가스를 ‘사신(死神)’이라고 불렀을까. 서울시가 1천만원이란 거금을 내걸고 연탄가스 제독(除毒)방법을 공모까지 했으나 당선작을 내지 못했던 것도 그 즈음이었다. 언론계에서도 한동안 ‘연탄가스 중독’이란 유행어가 나돌았다. 당시 박정희독재정권 아래서 언론이 마치 연탄가스라도 마신듯 흐물흐물해져 비판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자조한 말이었다.

▼외국인이 김포공항 근처 여관 등에서 잠자다 연탄가스로 변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특히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들은 난생 처음 맡아보는 연탄가스에 유독 약했다. 시신인도차 달려온 유족들이 사인(死因)을 잘 납득하지 못해 매번 공항경찰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88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연탄사용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연탄 대신 기름과 도시가스를 때면서 가난에서의 졸업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요즘 연탄이 다시 인기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과연 무섭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해주는현상이다.뭐니뭐니 해도 연탄의부활은고단한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주부들이 독한 냄새맡으며 자주 탄을 갈아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툭하면 꺼지는연탄불을다시지피기란 여간 고역이 아니다.이번겨울은추위가 매서울 것이라는데 연탄가스중독사고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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