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방지법 제정부터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공직사회 부패를 막기 위한 정부의 종합대책 추진계획안을 보면 각 부처의 온갖 아이디어가 백화점식으로 망라돼 있다. 계획대로 할 수만 있다면 공직부패 척결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윤리강령과 부패방지법의 제정을 포함,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과 시민단체의 감사절차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들도 들어 있다. 특히 고질적인 건축과 징세비리를 막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 등은 그 효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정부가 우선 명심해야 할 점은 과거에도 공직부패 방지대책을 내놓지 않은 정권이 없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별도의 대책 없이 아무리 그럴듯한 방안들을 마련해 봐야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패와의 전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내년 6월까지 최종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동안 충분한 검토를 하기 바란다. 그리고 계획이 확정되면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패공직자에 대한 효율적 수사체계 구축, 부처별 감사기능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 직무유기에 대한 수사강화, 1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경찰관의 무조건 퇴출 등 감사와 수사차원의 방안도 나름대로 필요할 것이다. 한가지 염려되는 것은 공직사회의 사기저하문제다. 이것은 과거 부패와의 전쟁이 실패한 주요원인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경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추방과 더불어 그런 풍토가 조성되는 근본원인을 따져 환경적 요인을 없애는 장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요컨대 부패방지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실적을 높이기 위한 단속위주에서 탈피해야 한다. 성실하고 우수한 공직자와 모범사례 발굴위주의 감사를 지향하여 승진 포상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업무처리과정의 단순한 잘못은 과감히 용서하라고 대통령이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단속과 처벌보다는 예방과 원인치료 위주의 감사활동이 되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더 급한 것은 종합대책 마련과는 별개로 지금 국회에서 논란중인 부패방지법부터 조속히 제정하는 일이다. 부패근절을 위한 강력하고 체계적인 법을 만들어 부패추방의지를 제도화해야 한다. 특별검사제 도입여부를 둘러싼 여야간 논란이 이 법 제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나 언제까지나 여기에 매달려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심의 반(反)부패라운드도 곧 발효될 전망이다. 국제거래상의 뇌물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 협약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패방지법 제정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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