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화제］「원치않는 임신」 美법정 선다

직장에서 만난 피터와 켈리는 사랑에 빠졌고 곧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켈리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벌어졌고 켈리가 딸을 낳자 피터가 켈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 워싱턴 포스트와 ABC TV방송을 비롯한 언론들은 23일부터 아버지가 되길 원치 않는 남자의 의사에 반해 자식을 낳은 여성을 상대로 진행되는 최초의 ‘정자도둑 소송’에 대한 보도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피터 월리스(36)는 켈리 스미스(37)가 자신의 정자를 불법적으로 획득해 오용(誤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기를 낳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동거에 들어갔으나 켈리가 피임약 복용을 중단해 임신함으로써 자신의 정자를 고의적으로 획득해 잘못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켈리는 “피임을 했지만 우연히 임신이 됐다”면서 피터가 자발적으로 정자를 ‘이전’한 것은 정자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양도한 ‘선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절도여부를 가릴 대상이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정자의 소유권에 대한 기묘한 다툼이 벌어지자 남녀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는등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소송결과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출생한 자식의 양육비를 대고 있는 많은 경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포스트는 전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