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충재/『너무 상심 말아요』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28분


여보. 17여년전에 써보던 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말하기 쑥스럽지만 그땐 소녀같은 마음에 그저 설레고 눈물이 나도록 그립고 가슴이 아프게 보고 싶었고… 그래서 그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행가 노랫말처럼 같이 잠들고 같이 눈뜨고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하답니다.

그 시절 가을에는 또,허전하고 왠지 모를 공허감에 몸부림을 치곤 했지요. 그러나 당신과 함께 살면서 매년 제가 맞이하는 가을은 달랐어요. 슬픈 가을이 아니라 따스함과 포근함이 더욱 느껴지는 가을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가을은…. 여보, 마음이 많이 아프지요?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가끔 허공을 응시하곤 하는 당신을 보면 제 마음도 저려옵니다. 장례를 치르던 날 하염없이 흐르는 당신의 눈물을 보면서 당신이 얼마나 어머님을 사랑했는지, 아니 얼마나 어머님을 불쌍히 여겼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병마에 시달리는 어머님을 나름대로 간병하느라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리고 자식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과 바람을 생각하면서 살아요.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어머님 몫까지 당신을 사랑하며 살아갈게요.

이충재(서울 서대문구 홍제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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