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인철/『나도 도움을 줄수 있다니…』

  • 입력 1998년 11월 6일 18시 53분


“졸지에 실업자가 되면서 나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재취업훈련을 받고 있는 실직자 60여명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청운양로원을 찾았다.

이들은 미용 도배 요리 등 자신들이 배운 기술을 양로원과 노인들을 상대로 실습해보고 노인들을 보살피며 모처럼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 이렇게 파마하고 염색까지 하니까 금방 시집가셔도 되겠어요.”

“고마워, 색시. 우리 같은 늙은이 머리를 공짜로 만져주니 고맙구먼.”

활짝 웃는 할머니들은 손녀 손자 같은 훈련생들의 손을 어루만지며 고마워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실직한 뒤 미용기술을 배워온 이온순(李穩順·25)씨. “고민 끝에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용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했죠.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도 실험해보고 노인들을 위해 봉사도 하니 정말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에서 퇴직한 뒤 식당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는 오원구(吳源九·43)씨는 뛰어난 요리솜씨로 ‘1등 주방장’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훈련생들이 도배를 새로 하고 전구를 갈아끼우자 그동안 우중충했던 방들은 환하게 바뀌었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실직자에게 무료로 직업훈련을 받도록 해줘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재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함께 양로원을 찾은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은 “창업자금을 3천만원까지 융자하는 등 최대한 실직자를 지원하겠다“며 “앞으로 재취업 훈련생과 사회복지시설의 결연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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