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중간선거 미국票心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외로 선전(善戰)한 것은 공화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은 선거 막판까지도 클린턴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관심은 경제문제에 쏠려 있었다.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머니 사정이 훨씬 좋아졌는데 무슨 딴소리냐”는 것이 대다수 유권자의 반응이었다.

▼클린턴은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의 의석을 늘린 대통령이 됐다. 이같은 결과는 섹스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그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공화당은 9일의 청문회를 비롯, 클린턴 탄핵절차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여론은 공화당을 떠나 있는 분위기다. 의회는 대통령견책 결의를 내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든 국내문제에 정신이 팔리면 국제적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의 위치는 남다르다. 세계는 지금 곳곳에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발칸반도에서는 언제 화약고가 터질지 모르며 중동의 기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다음 세기 준비에도 미국은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번 선거결과로 클린턴행정부의 대(對)한반도정책도 ‘바람’을 덜 타게 됐다.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었다면 대북(對北)정책에 대한 미국내 비판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행정부가 이같은 강경바람에 흔들리면 대북 포용정책을 취하고 있는 우리도 당장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마침 클린턴이 이달 중순 서울에 온다. 양국정상회담의 성과가 어느때보다 클 것 같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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